요한복음 3장 2절의 오역들과 구절의 원 의미
1. 요3:2의 오역들-번역누락과 번역도치
원래 오역이란 원문을 잘못 번역한 것을 말합니다. 그러나 비단 이것만이 오역이 아니라 마땅히 번역해야 할 것을 번역하지 않은 것도 오역입니다. 이런 오역은 굳이 말하자면 번역누락 오역입니다. 또한, 어순대로 번역하지 않고 어순을 바꿔서 번역한 것도 또 다른 오역입니다. 이런 오역은 번역도치 오역입니다.
우리말 성경은 요한복음 3장 2절에 대하여 번역누락 오역과 번역도치 오역을 자행했습니다. 먼저는 번역누락입니다. 대괄호는 번역누락을 바로잡은 것입니다. “그가 밤에 예수께 와서 이르되 랍비여 우리가 당신은 하나님께로부터 오신 [한] 선생인 줄 아나이다 [만약] 하나님이 [그와] 함께 하시지 아니하시면 당신이 행하시는 이 표적을 아무도 할 수 없음이니이다”(요3:2) 이때 ‘한’과 ‘만약’은 번역누락해도 의미상 큰 문제는 발생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그와’(μετ’ αὐτοῦ)는 절대로 누락해서는 안됩니다. 여기서 그는 결코 예수님을 가리킨 대명사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다음은 번역도치 오역입니다. 번역누락을 바로잡으니 이상한 현상이 발생했습니다. 그동안 의미가 통하는 것처럼 보였던 것이 이제는 의미가 통하지 않는 현상입니다. 그러나 어순을 이처럼 바꾸니 해소되었습니다. ‘그가 밤에 예수께 와서 이르되 랍비여 우리가 당신은 하나님께로부터 오신 [한] 선생인 줄 아나이다 당신이 행하시는 이 표적을 아무도 할 수 없음이니이다 [만약] 하나님이 [그와] 함께 하시지 아니하시면 (말입니다)’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우리말 성경이 그동안 ‘만약~’ 절을 어순대로 번역하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2. 요3:2의 의미를 밝히기 위한 도구들
1) ‘한 선생’과 전제
한 선생(a teacher)은 이른바 비한정 명사구인 탓에 한 가지 전제를 유발합니다. 예를 들면 이런 것입니다. 누군가 ‘나는 00초등학교의 한 선생을 알고 있어’라고 말한다면, 이때 한 선생은 한 가지 전제를 유발합니다. 바로 00초등학교에는 최소한 두 명 이상 선생이 존재한다는 전제입니다. 그렇다면 요3:2의 한 선생도 그러한 전제를 유발할 수밖에 없습니다. 실제로 이스라엘에는 두 명 이상의 선생이 존재했습니다. 그들이 누구인가는 유대인들이 세례요한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드러납니다(요1:19~22). 그들은 바로 ‘그리스도’, ‘엘리야’, ‘그 선지자’입니다. 이들 모두는 하나님이 보내기로 약속한 이스라엘의 선생들입니다. 그렇다면 니고데모의 한 선생은 예수님을 세 명의 선생 중 한 분으로 염두에 두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2) ‘만약 하나님이 그와 함께 하시지 아니하시면’과 반사실 조건문
니고데모는 반사실 조건문을 사용했습니다. 반사실 조건문이란 사실(혹은 신념)과 반대되는 조건문을 말합니다. 사람들은 어떤 목적을 위하여 직접적 표현보다는 완곡한 표현을 사용하려고 노력합니다. 이를테면, “너는 나의 친구가 아니다. 그래서 나를 돕지 않는 것이다”라는 직접적 표현보다는 “만약, 네가 나의 친구였다면, 너는 나를 도울 거야(If you were my friend, you would have helped me)”(화용론,Yule)라는 완곡한 표현을 사용합니다. 그 목적은 상대방을 자극하지 않으면서 효과적으로 원하는 것을 이끌어내기 위해서 입니다. 이때 사용하는 것이 반사실 조건문이고, ‘만약, 네가 나의 친구였다면’입니다. 다시 한번 말하면, 반사실 조건문은 상대방으로부터 양해나 요청 등을 무난히 이끌어내기 위해 사용하는 일종의 언어적 책략입니다.
니고데모의 ‘만약 하나님이 그와 함께 하시지 아니하시면’은 반사실 조건문입니다. 원래 니고데모는 신앙이 좋은 사람입니다. 하나님이 언젠가는 선생을 보내줄 것이라고 믿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물론, 그랬기에 예수님의 표적을 보고 그분을 선생 중 한 분으로 추정할 수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그는 ‘하나님이 그와 함께 하신다’는 신념을 가지고 있었던 자입니다. 그런데 이런 자가 ‘만약 하나님이 그와 함께 하시지 아니하시면’이라고 말한 것은 분명 자신의 신념과 반대로 말한 것입니다. 그래서 그것은 반사실 조건문일 수밖에 없습니다.
3) 요3:2의 일차적 의미-‘당신은 어떤 선생입니까?’
니고데모가 하필 대화 말미에서 반사실 조건문을 말하면서 그의 이전 발언들은 다 부정되었고, 그 결과 그가 하고 싶었던 직접적 표현이 드러났습니다. ‘하나님은 그와 함께 하십니다. 그러면 그도 당신이 행하시는 이 표적을 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당신이 하나님께로부터 오신 한(어떤) 선생인지 알지 못합니다’ 이 부정된 발언 안에 직접적 표현이 담겨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당신은 어떤 선생입니까?’입니다. 니고데모는 예수님에게 이 말을 하고 싶었습니다. 그러나 이렇게 말하면 너무나 노골적이고, 상대방의 기분을 상하게 할 수 있기 때문에 반사실 조건문을 통해 간접적으로 말한 것입니다.
3. 요3:2의 원 의미-‘당신은 어떤 메시야입니까?’
니고데모를 포함한 유대인들은 예수님의 표적을 보고 그분을 이스라엘을 구원할 메시야로 믿었습니다(요2:23~25). 이것은 요3:2의 원 의미를 결정하는데 하나의 고려 사항으로 작용합니다. 한편 니고데모는 민중에서 일어나는 불법적 일에 대하여 사법적 판결을 내리는 산헤드린의 율법학자인 탓에 세례요한의 조사 보고서를 받아 보았고, 그것을 통해 예수님이 ‘세상 죄를 지고 가는 하나님의 어린 양’이라 선포된 것을 알고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이것도 또 하나의 고려 사항입니다. 두 가지 고려 사항이 의미하는 바는 니고데모가 예수님을 이스라엘 메시야로 믿었을 수도 있고, 세례요한의 증언대로 하나님의 양(세상을 구원할 메시야)으로 믿었을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이럴 경우, 요3:2의 원 의미는 ‘당신은 어떤 메시야입니까?’가 되어야 합니다.
요한복음 3장 2절의 오역들과 구절의 원 의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