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세기 1장의 창조 이야기 패턴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창세기 1:1의 ברא 동사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ברא 동사는 전통적으로 “무에서의 창조”(ex nihilo)라는 창조 신학의 핵심을 대표하는 동사로 인식되어 왔으며, 존재하지 않았던 피조물의 창조를 의미하는 “신적 창조 행위”를 표현한다고 생각되었다. 현대 히브리어에서도 이 동사는 신의 창조를 언급할 때에만 사용된다.
그러나 앞서 필자가 논의한 창세기 1:1의 해석 방법이 “무에서의 창조”를 지지하는 것이 아니라면* 다른 방식으로 이 동사의 의미가 이해되어야 한다. Bill T. Arnold는 ברא 동사를 “과도하게 신학적으로 해석”하는 것을 경계한다.** 그는 ברא 동사의 피엘형이 “잘라내다”(cut down)의 의미를 갖는 것에 주목한다(예. 여호수아 17:15). 즉, ברא 동사는 “잘라내어 만들다”의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창세기 2장의 “빚어서 만들다”의 의미로 사용되는 עשה 동사와 대비된다.
창세기 1장의 창조 과정을 보면 경계가 없는 세계를 “구분 짓는” 과정이라고 볼 수 있다. 땅과 물이 구분되고, 낮과 밤과 같은 시간이 구분된다. 이러한 창조의 과정을 예견하는 것이 ברא 동사라고 볼 수 있는 것이다. 창세기 1장과 2장은 하나님의 창조 행위의 대표적인 두 가지 형태를 보여준다. 하나는 구분하여 창조하는 것과 빚어서 형상을 만드는 것이며 각각의 창조 행위는 각기 ברא와 עשה로 표현된다.
* בראשית를 “태초에”라는 번역대신에, “-를 시작할 때에”라고 해석한다면 “무에서의 창조” 개념이 약화된다. 하나님의 창조 시점이 절대적 처음으로 특정되지 않기 때문이다.
** Bill T. Arnold, Genesis, 36-37. Cambridge University Press. 2008, 36-37.
ברא 동사에 내재된 의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