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윗이 엘라 골짜기에 도착한 시점 (분사 시제)

본문: 삼상 17:19~삼상 17:23

작성: 알파알렙 (kks@alphalef.com)
작성시간: 2019-09-01 21:52:49
수정시간: 2019-09-01 22:08:19
조회수: 3035




오늘날 엘라 골짜기의 모습 (출처: www.shutterstock.com)

 

사무엘상 17장은 엘라골짜기에서의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을 그리고 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흥미로운 부분은 이 전쟁 네러티브에서 하나님의 직접적인 개입에 대한 언급은 전혀 나와 있지 않다는 점입니다. 당시의 전쟁 상황을 둘러싼 등장인물들의 행동을 3인칭의 시점에서 서술하고 있을 뿐이고, 그 이면에서 하나님께서 어떻게 역사하셨는지에 대해서는 침묵하고 있습니다. 

엘라 골짜기에서 전쟁이 벌어질무렵, 베들레헴에 있던 다윗은 아버지 이새로부터 전쟁터에 나가 있는 형들의 안부를 묻고 도시락을 전해 주고 오라는 지시를 받습니다. 그렇게 다윗 역시 전쟁터로 향하게 됩니다.

성경에서 하나님의 섭리를 표현하는 다양한 방식이 있습니다. 성경은 여호수아와 사사기 등의 전쟁 네러티브들에서 볼 수 있듯이 기적적으로 역사하는 하나님의 개입을 직접 서술합니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성경은 또한 "우연적인 사건"을 통해서 하나님의 보이지 않는 섭리를 표현하기도 합니다. 예를 들면, 룻기에서 룻이 우연하게 이른 들판이 하필이면 그녀의 죽은 시아버지의 친척뻘이 되는 보아스의 들판이었던 것입니다. 

다윗이 엘라 골짜기에 이르렀던 시점을 설명하는 구절에서도 이러한 "우연성"이 잘 표현되고 있습니다. 사무엘상 17:19-20의 구절을 원문으로 분석하면 아래와 같습니다. 

 

삼상17:19 [וְ] and [שָׁא֤וּל] Saul [וְ] and [הֵ֨מָּה֙] they [וְ] and [כָל] whole [אִ֣ישׁ] man [יִשְׂרָאֵ֔ל] Israel [בְּ] in [עֵ֖מֶק] valley [הָֽ] the [אֵלָ֑ה] big tree [נִלְחָמִ֖ים] fight (לחם) 니팔.능분.남복 [עִם] with [פְּלִשְׁתִּֽים] Philist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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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상17:20 [וַ] and [יַּשְׁכֵּ֨ם] rise early (שׁכם) 히필.봐잌.3남단 [דָּוִ֜ד] David [בַּ] in [] the [בֹּ֗קֶר] morning [וַ] and [יִּטֹּ֤שׁ] abandon (נטשׁ) 칼.봐잌.3남단 [אֶת] object marker [הַ] the [צֹּאן֙] cattle [עַל] upon [שֹׁמֵ֔ר] keep [וַ] and [יִּשָּׂ֣א] lift (נשׂא) 칼.봐잌.3남단 [וַ] and [יֵּ֔לֶךְ] walk (הלך) 칼.봐잌.3남단 [כַּ] as [אֲשֶׁ֥ר] relative [צִוָּ֖הוּ] command (צוה) 피엘.완.3남단 접미.3남단 [יִשָׁ֑י] Jesse [וַ] and [יָּבֹא֙] come (בוא) 칼.봐잌.3남단 [הַ] the [מַּעְגָּ֔לָה] camp circle [וְ] and [הַ] the [חַ֗יִל] power [הַ] the [יֹּצֵא֙] go out (יצא) 칼.능분.남단 [אֶל] to [הַ] the [מַּ֣עֲרָכָ֔ה] row [וְ] and [הֵרֵ֖עוּ] shout (רוע) 히필.완.3복 [בַּ] in [] the [מִּלְחָמָֽה] w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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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상17:23 [וְ] and [ה֣וּא] he [מְדַבֵּ֣ר] speak (דבר) 피엘.능분.남단 [עִמָּ֗ם] with [וְ] and [הִנֵּ֣ה] behold [אִ֣ישׁ] man [הַ] the [בֵּנַ֡יִם] space between [עֹולֶ֞ה] ascend (עלה) 칼.능분.남단 [גָּלְיָת֩] Goliath [הַ] the [פְּלִשְׁתִּ֨י] Philistine [שְׁמֹ֤ו] name [מִ] from [גַּת֙] Gath [מ] from [מערות] row [פְּלִשְׁתִּ֔ים] Philistine [וַ] and [יְדַבֵּ֖ר] speak (דבר) 피엘.봐잌.3남단 [כַּ] as [] the [דְּבָרִ֣ים] word [הָ] the [אֵ֑לֶּה] these [וַ] and [יִּשְׁמַ֖ע] hear (שׁמע) 칼.봐잌.3남단 [דָּוִֽד] David 

 

위 구절들에서 "분사" 시제를 가진 동사들이 나옵니다. 히브리어 동사 시제 체제에서 분사시제는 주로 앞에 나와 있는 동사들이 묘사하는 행동과 "동시간대에" 벌어지는 상황을 묘사하곤 합니다. 19절에서 "싸우다"라는 동사가 분사시제로 나와 있는데, 이 상황은 이전 구절인 18절에서 다윗의 아버지 이새가 다윗에게 지시를 내리는 상황과 연결됩니다. 즉, 이새가 다윗에게 명령할 때, 싸움이 벌어지고 있었음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20절에서 초록색으로 표시한 동사는 다윗이 전장터에 도착한 시점을 이야기합니다. 그리고 다윗이 도착했을 바로 "그 시점"에 군대가 싸우려고 마주보고 나왔음을 이야기합니다. 즉, 다윗의 움직임과 전쟁의 상황 변화가 유기적으로 연관되고 있는 것입니다. 그리고 23절을 보면 다윗이 형들과 이야기 하고 있던 중에 골리앗이 이스라엘 백성들 앞에 나섰음이 또한 분사시제로 표현되고 있습니다. 

다윗이 전장터에 도착한 그 시점은 우연하게도 전쟁이 다시 개시되었던 시점이었고, 다윗이 자신의 임무를 다하고 집으로 돌아갈 상황이었지만 하필이면 그 때 골리앗이 이스라엘을 조롱하고 비난하는 말을 듣게 되었습니다. 이런 우연적인 시점을 개정개역 버전은 아래와 같이 "마침"이라는 말을 첨부하여 그 어감을 비교적 잘 살리고 있습니다. 

 

20절 다윗이 아침에 일찍이 일어나서 양을 양 지키는 자에게 맡기고 이새가 명령한 대로 가지고 가서 진영에 이른즉 마침 군대가 전장에 나와서 싸우려고 고함치며,

23절 그들과 함께 말할 때에 마침 블레셋 사람의 싸움 돋우는 가드 사람 골리앗이라 하는 자가 그 전열에서 나와서 전과 같은 말을 하매 다윗이 들으니라

 

이런 식으로 여러 우연들이 겹친 결과 다윗이 골리앗에 맞서 싸우게 되었던 것입니다. 그러나 성경은 단순히 "우연"하게 다윗이 이스라엘의 승리를 이끌었다고 이야기하는 것은 아닙니다. 사무엘에게 기름부음 받았던 다윗이 백성들 앞에서 그 지도력과 리더십을 보이기 시작한 계기가 바로 이 엘라 골짜기의 전투였습니다. 성경은 우연의 연속을 통해 그 이면에 존재했던 하나님의 섭리를 말하고자 하는 것입니다.